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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덕
"내가 사라져도 시장은 영원했으면"
한순덕님의 이미지

1951년생 한순덕은 전남 순천시 주암면 문길리에서 3남 3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스물네 살 때까지 집안일을 돕다가 곡성에 사는 종갓집 장손인 남편과 선을 보고 결혼하였다. 시동생이 줄줄이 딸린 장남 며느리로서 제사나 명절 때면 50명이 먹을 음식을 장만해야 하는 종부의 고단한 삶이 시작되었다.
많은 식구에 비해 가정 형편이 어려워 남편에게 도시로 나가 장사해볼 것을 권하였다. 1977년 시댁 땅을 팔아 광주 대인시장으로 왔고 먼저 장사를 하고 있던 시누 남편의 도움으로 살림집이 딸린 가게를 얻어 옷 가게를 시작하였다. 1982년 서방시장으로 가게를 옮겼고 말바우시장을 오가며 열심히 옷을 떼어 팔았다. 1984년 시누 남편이 하던 대인시장 속옷가게였던 <대도상회>를 물려받아 <대도가방>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가방을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장사를 하면서 시동생 다섯을 뒷바라지하여 결혼시키고 자식들을 길러냈다. 수완이 좋았던 그녀가 장사에 전념하는 동안 남편이 한창 손이 갈 나이의 자녀들을 돌봤다.
한때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던 대인시장이었지만 공용버스터미널이 광천동으로 이전하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대인시장 입주작가 김지연 씨에게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하여 상인들과 함께 대회에 나가 수상도 하고 방송에도 출연했다. 주변 상인들로 구성된 계 4개를 운영하며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작년부터 한 달에 두 번씩 장사를 쉬고 있으며, 최근엔 요가도 배우기 시작했다. 손님이 없을 때면 뜨개질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힘닿는 데까지 장사를 하다 그만두게 되면 팔다 남은 가방을 모두 기부할 생각이다. 자신은 떠나더라도 45년간 살면서 고향이 된 대인시장이 사라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구술채록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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