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31 | 관리자 | 조회 305
‘과녁은 중요하지 않으니 일단 쏘기만 해라’는 격의 지자체 정부합동평가 성별영향평가 지표
채현숙(유쾌한 젠더로 소장)
• 성격차지수 146개 국가 중 105위1)
• 성별 임금격차 OECD 국가 중 1위2)
• 유리천장지수 OECD 회원국 중 최하위3)
• 경제활동참가율 남성 72.6% 대비 여성 53.3%로 남녀 격차 19.3%p 격차(2021년 기준).4)
• 남성 고용률 70% 대비 여성 고용률 51.2%로 18.8%p 격차(2021년 기준).
• 여성 국회의원 비율 19.1%(2023년 기준)5)
• 공공기관 여성임원 22.5%(2021년 기준)6)
• 국내 상장법인 여성임원 비율 5.2%(2021년 기준)7)
• 합계출산률 0.78명(2022년 기준)8)
경제 규모 세계 13위(UN)를 자랑하고, ‘K-문화’로 문화강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현실, 우리 사회 기울어진 운동장의 심각성을 입증하고 있는 수치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서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입장을 바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행정안전부의 ‘2025년(2024년 실적)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 지표’가 발표되었다. 그런데 합동평가 지표 중 성평등 관련 지표를 보면, 기존의 ‘성별영향평가 정책 개선이행율’에서 ‘성별영향평가 실효성 제고 노력’으로 지표가 변경되었다. 원래 정부는 합동평가 지표에서 ‘성별영향평가 지표’를 삭제하고자 하였으나 전국 231개 여성단체들의 반발 성명서 등이 발표되면서 다행히 성별영향평가 지표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마음도 잠시! 사업 시행을 앞두고 우려되는 바가 크다. 올해 변경된 성별영향평가 지표인 ‘성별영향평가 실효성 제고 노력’이라는 지표가 무엇이 문제인지 들여다보자.
‘지표’의 정의를 따져보면 ‘방향이나 목적, 기준을 나타내는 표지’를 의미한다. 그런데 그 평가 지표를 기존의 ‘정책 개선이행률’에서 ‘성별영향평가 실효성 제고 노력’으로 변경하여 단지 성별영향평가 개선계획 ‘산출율’과 ‘지자체 고유사업에 대한 성별영향평가 실시율’만으로 단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실질적 성평등으로의 정책개선을 위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도 없고, 나침반도 없이 그냥 길을 가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해석되어 성별영향평가 수립과 시행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큰 이유다.
성별영향평가는 법령과 계획, 사업들에 대하여 성평등한 사회 구현을 위한 목표를 가지고 ‘구체적인 조치사항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일종의 전략적이고 유용한 도구이자 수단이다. 따라서 성별영향평가에서 ‘지표’는 정책개선을 위한 과정이자 수단이 되기에 성별영향평가 지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표 설정은 목표를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자 단계이며, 설정된 지표는 사업 수립 및 시행의 방향을 설정하고, 향후 이행실적을 평가하는 표준이 된다.
즉 성별영향평가에 있어서 목표 수립과 지표 설정, 평가 지표는 하나의 일련의 과정이므로 목표와 지표는 서로 연동되면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반면 지표가 모호하거나 잘못 설정이 되면 평가에 있어서 타당도와 신뢰도를 담보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성별영향평가 실효성 제고 노력’ 등과 같이 목표가 너무 평이하거나 구체적이지 않을 때는 목표달성의 효과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제도를 통한 정책개선의 동기부여를 약화시키는 등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자체 합동평가 성별영향평가 지표가 ‘~를 위한 노오력’이 아닌, 성별영향평가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로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하고, 평가 지표는 신뢰할 수 있고 검증 가능한 데이터를 통해 측정 및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수많은 차별과 불평등의 핵심에는 사회문제와 사회적인 해법이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개선 가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라톤의 출발선에 선다고 해도, 폭우와 바람 등 외부적 요인과 고통에 직면하여 포기하고 싶은 내적 요인 등 수많은 장벽과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올해 새롭게 바뀐 ‘성별영향평가 실효성 제고 노력’이라는 합동평가 지표는 마라톤 출발선에서 목표인 결승점은 중요하지 않으니 일단 뛰기만 하라는 식이고, 과녁은 중요하지 않으니 일단 쏘기만 하라는 격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과 성차별을 비롯한 사회적 불평등은 총체적 난국 수준으로 그 뿌리가 매우 깊다. 그런데 과연 실효성 제고를 위한 ‘노오력’만으로 성별영향평가의 실질적 효과성을 얼마나 이뤄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이런 때일수록 성별영향평가 제도의 취지가 무력화되지 않도록 민관협력 거버넌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성별 불균형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통해 성차별적 현실과 진실을 발견하고, 성평등을 실현해가기 위한 더 큰 사회적 연대와 활발한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1) 2023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
2) 한국의 2021년 성별임금격차는 OECD 평균 11.69%의 2.7배에 가까운 31.1%로 1996년 OECD 가입 이래 회원국 중 26년째 1위 유지 중(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2023년 경제 전망 보고서)
3) 이코노미스트가 처음 유리천장지수를 발표한 2013년부터 줄곧 최하위
4) 동계로 보는 남녀의 삶, 여성가족부
5) 스웨덴의 경우 여성의원 비율 45.4%, 노르웨이 46.2%, e-나라지표
6) 여성가족부
7) 상장법인 성별 임원 현황 조사결과, 여성가족부
8) 인구동향조사, 동계청
9)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